김대중 ‘나의 길, 나의 사상’ (1994)

김대중 ‘나의 길, 나의 사상’ (1994)

“근대 민주사회에서 사람은 인간의 존엄성은 생각했지만 우리의 어머니인 이 지구에 함께 생존하는 자연의 모든 생물과 존재들에 대해서는 그 권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을 수탈하는 것 등을 인간의 당연한 권리로 생각해 왔다. 그들은 창세기에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시고 자기가 창조한 만물을 다스리라고 한 것을 그들의 건전한 생존과 발전을 위한 책임의 부과로 생각지 않고 만물을 인간이 멋대로 처리해도 좋다는 것으로 오만된 사고방식을 가졌던 것이다. 물론 요즘 환경 문제가 인간의 안전과 존립에 중대한 위협이 되니까 환경보존을 들고 나오지만, 근대에는 기본적으로 자연 자체를 생각하는 철학이 미약했다고 본다.
아시아 문화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할 수 없는 하나로 파악하는 특징이 있다. 서로 아끼고 같이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생각을 했다. 자연을 공경하고 자연을 어머니 같이 생각하면서 아끼고 보호해 왔다. 노자・장자의 가르침은 이러한 점에 있어서 특히 두드러진다. 부처님은 자연과 인간의 구별조차 하지 않았다. 자연 속에 생존하는 모든 존재들 속에서도 불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제 21세기 인류의 최대의 과제는 이토록 참담하게 파괴되고 상처받는 자연을 어떻게 치유하고 회생・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것은 인간을 위한 일만은 아니다. 자연 그 자체를 우리의 어머니요, 형제요, 분신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없이는 오늘의 이 상태에서 자연과 화해하고 자연과 더불어 번영해 나갈 수 없다. 인간을 위한 환경보존이 아니라 우리는 자연의 공생과 공영을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정신적 일대 혁명을 수반하는 민주주의는 수천 년 내 모든 천하를 구별 없이 포용해 왔지만 자연과 일체 속에 살아온 사상적 토양을 가진 아시아에서 창조되고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대중, 󰡔나의 길 나의 사상󰡕, 407-408쪽.


2019-02-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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